
서울 삼각산 도선사가 대한불교조계종 출범의 기틀을 다지고 평생 한국불교 중흥을 위해 매진했던 청담 대종사의 가르침을 기리며 전법에 매진할 것을 발원했다.
도선사(주지)는 11월 15일 경내 호국참회원 3층 강당에서 청담대종사 53주기 다례재를 봉행했다. 다례재에는 원로의원 일면 대종사와 진관 대종사, 동광·혜자·광복 스님 등 청담 스님 직계상좌, 주지 태원 스님을 비롯한 성혜·도서·도호·도성 스님 등 손상좌, 총무원 사회부장 도심 스님 등 증손자와 청담문도 스님, 청담학원 관계자를 비롯한 신도 등 100여명이 동참했다.
청담 스님은 이날 손상좌 대표 성혜 스님이 소개한 행장이 아니더라도 현대 한국불교사에서 큰 족적을 남긴 선지식이었다.
일제강점기 왜색불교에 맞서 조선불교 개혁을 위한 전국학인대회를 주도했고, 해방 이후 성철 스님 등과 함께 봉암사 결사를 진행했다. 이어 1950~60년대 불교정화의 기치를 내걸고 비구승 중심의 종단 건설에 앞장섰고, 통합종단조계종 출범 이후에는 종회의장, 종정, 장로원장, 총무원장 등을 잇따라 역임하며 종단 변화를 이끌었다. 특히 스님은 1971년 11월 15일 세연을 접기 하루 전날까지 70의 노구에도 불구하고 전국을 돌며 하루 평균 8~9회 법문을 하는 등 전법을 위해 온 몸을 바쳤다.
그렇기에 청담 스님은 ‘불교정화의 기수’ ‘통합종단 출범의 산파’ ‘조계종단 재건의 주역’ ‘육환장을 든 선사’ ‘인욕보살’ 등 지금까지 수많은 별칭으로 회자될 만큼 현대 한국불교사에서 중요한 인물로 손꼽히는 스님이기도 하다.


이날 다례재에서 참석 대중들은 청담 대종사의 육성법문을 들으며 한국불교 중흥과 전법을 위해 묵묵히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뎠던 청담 대종사의 원력과 가르침을 가슴에 새겼다. 원로의원 일면 스님과 진관 대종사는 청담 대종사의 진영에 꽃을 공양했고, 직계상좌와 손상좌 등 문도스님들은 차를 올렸다.
청담문도회 운영위원장 도호 스님은 청담문도 새 문장으로 추대된 법화 스님을 대신해 인사말을 전했다. 법화 스님은 11월 14일 청담문도회 임시회의에서 전 문장 혜성 대종사 원적 이후 6년 만에 만장일치로 새 문장에 선출됐다. 스님은 혜성 스님의 사제로 1960년 청담 대종사를 은사로 출가해 수계했다. 이후 봉암사를 비롯해 전국 선원에서 정진했으며 문경 김용사 산내암자인 화장암에서 두문불출하며 수행 정진하고 있다.

동안거 결제로 다례재에 참석하지 못한 법화 스님은 “한국불교계의 큰 별 청담대종사가 세연을 접은 지 어느 덧 53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우리는 스승님을 잊지 못한 채 늘 그리워하고 있다”며 “스승님의 평소 가르침은 여전히 선기 드높은 법계의 세상을 이루고 있고, 그 선풍과 명성은 갈수록 더욱 빛나는 조계종문의 자랑이 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언제든 의지할 큰 스승이 있으면 후학 또한 크게 자유로운 법이다. 비록 스승님께서 환지본처 하셨지만 그 위의와 세행은 항상 방편의 걸림 없는 경지를 우리에게 일러주고 있으니 스승님의 은혜가 여전히 우리의 복업으로 전해지고 있다”며 “스승님께서 보여주신 삶대로 너그러운 포용력과 본분을 다하는 수행이력을 본받아 한마음 한 뜻으로 화합하고 단결하는 문도의 힘을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했다.

주지 태원 스님은 “사찰 불사 관계로 문중스님과 외빈 여러분에게 공양을 올리지 못하게 된 점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사찰의 수행환경을 개선하는 과정인 만큼 너그럽게 이해해주길 바란다”고 양해를 구했다. 이어 “주지로 살면서 불사가 됐든 사찰 운영이 됐든 사심보다는 공심으로 여법하게 운영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오영 기자 oyemc@bulgyo-in.com